
영아반에서 놀이중심 교육법을 실천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영역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놀이 욕구와 관심사를 세심하게 관찰하면, 만 1세 또는 만 2세 영아들도 충분히 의미 있는 놀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 사인으로 시작하는 영아 관찰 중심 프로젝트
영아 놀이중심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강조되어야 할 것은 '관찰'입니다. 유아반과 달리 영아들은 언어로 자신의 관심사나 욕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영아들은 비언어적인 표현을 소통 수단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교사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프로젝트의 씨앗이 되는 '관심사'를 포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제가 몸을 담았던 현장에서는 이러한 영아들의 행동 언어를 '베이비 사인'이라고 명명하기로 하였습니다. 영아들이 놀이하고자 하는 욕구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것을 보육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영아들이 양치할 때 칫솔모의 까끌거리는 느낌에 반응하거나, 손 씻기를 할 때 물비누 거품의 포근한 감촉을 반복해서 만지려는 행동이 바로 베이비 사인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교사가 이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아, 이 아이가 지금 촉감에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해석하는 것이 주제를 선정하여 놀이하는 것의 출발점이 됩니다.
많은 강연에서도 이와 동일한 철학이 강조됩니다. 강연자들은 "교사가 잘 관찰하면 그 관찰하는 것을 소재를 삼아 놀이 주제를 선정하기 좋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영아 프로젝트의 주제는 교사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적인 행동과 반응에서 자연스럽게 발굴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곤충이라는 주제처럼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것도 주제 선정하기에 좋지만 아이들이 매일 접하는 감각정 경험(촉감, 소리, 움직임 등)을 주제로 삼는 것도 좋습니다.
이처럼 베이비 사인을 읽어내는 교사의 관찰력은 단순히 보육 기술을 넘어, 영아 놀이중심 교육의 핵심 역량입니다. 교사가 주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미 보내고 있는 신호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찰 기록은 이후 포트폴리오 제작이나 부모님께 드리는 활동 결과물에도 소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사진과 메모를 통해 꾸준히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촉감놀이로 펼쳐지는 영아 프로젝트 실천 사례
베이비 사인을 통해 영아들의 관심사가 '촉감'으롤 모아졌다면, 다음 단계는 그 관심을 구체적인 활동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만 1세의 '촉감 프로젝트'는 이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촉감 놀이의 주제망에는 재료는 어떤 것을 해볼까, 느낌은 어떤 느낌을 아이들에게 알게 할 수 있을까, 촉각으로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까, 의성어나 의태어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볼 수 있을까 등으로 교사 놀이지원을 담아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활동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교사가 함께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도입 단계에서는 그림책을 통해 촉감이라는 주제를 아이들에게 소개합니다. 전개 단계에서는 셀로판지 촉감, 거품 촉감, 모래놀이 등 다양한 재료를 지원하여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탐색하도록 합니다. 처음에는 만지기 싫어하는 아이도 있을 거고 이상하다며 만지기를 거부하는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반응 자체가 바로 영아의 언어이며, 교사는 그것을 억지로 수정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언어 발달이 빠른 아이들은 "말랑말랑해요."처럼 언어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고구마 경단 만들기처럼 촉감 탐색이 요리 활동으로까지 확장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감각 탐색이 단순한 놀이에 머물지 않고 신체, 언어, 요리, 미술 등 다양한 영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장에서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면, 양치 시간의 칫솔모 까끌거림과 손 씻기 시간의 물비누 거품에서 시작된 영아의 탐색 욕구가, 교사의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자연스럽게 촉감놀이로 이어지고, 다시 찍기 놀이로까지 확장되는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베이비 사인의 포착과 촉감놀이의 실천이 분리된 단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임을 입증합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사포 그림, 텍스처 작품 등을 전시하고 다른 교실의 어린이들이나 부모님을 초대하여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경험도 갖습니다. 말을 잘 못하더라도 "내 작품이 여기 있다."라고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영아의 놀이중심 교육이 지향하는 진정한 교육적 성과입니다.
찍기 놀이로 완성하는 영아의 놀이 확장과 포트폴리오
촉감 탐색이 충분히 이루어진 이후, 많은 영아들이 자연스럽게 찍기 놀이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손에 닿는 감각에서 출발해 그 감각을 남기고 싶은 욕구, 찍고 흔적을 만드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영아 발달 측면에서도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찍기 놀이의 주제망은 찍기를 어떻게 영아들과 잘해볼 수 있을까, 도구는 어떤 것을 사용해 볼 수 있을까, 놀이는 어떻게 진행될까, 모양은 어떻게 할까라는 교사의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이 주제망을 바탕으로 부모님께 관련 자료 협조를 요청하고, 그것을 프로그램 속에 녹여 넣는 방식으로 활동이 설계됩니다.
도입 단계에서는 모양 책을 보며 찍기라는 개념을 접하고, 전개 단계에서는 손 발 도장 찍기, 물 도장 찍기, 샌드위치로 찍기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찍기 활동이 펼쳐집니다. 예로 한 남자아이의 경우 발바닥 찍기를 하며 놀이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활동에 몰입하는 영아의 표정 속에서 진정한 프로젝트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찍기 놀이의 공동 작업 결과물은 전시를 통해 마무리합니다. 아이들이 각자 손을 찍어 만든 작품을 하나의 큰 결과물로 모아 전시하고, 자기 손이 어디 있는지 직접 가리키며 설명하는 경험은 영아에게 강한 자아 효능감을 심어줍니다.
또한 개인별 포트폴리오 제작은 찍기 프로젝트의 중요한 마무리 단계입니다. 각 활동의 사진과 아이의 반응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가정으로 보내면, 부모님들은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키즈노트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는 이 결과물에 대해 부모님들이 긍정적인 평가와 응원을 보내오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러한 가정 연계는 단순히 알림 수준을 넘어, 보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와 부모 간 신뢰를 쌓는 핵심 장치입니다.
영아 놀이중심 교육과정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베이비 사인이라는 개념이 보여주듯,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세밀한 관찰이 촉감놀이와 찍기 놀이라는 구체적인 놀이 주제로 연결될 때, 영아들은 말보다 먼저 몸으로, 감각으로 세상을 배워 나갑니다. 포트폴리오와 전시로 마무리되는 이 과정은 아이, 교사, 부모 모두에게 의미 있는 교육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