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중심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보육현장의 계획안 작성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과거의 연간계획안, 월간계획안, 주간계획안으로 이어지던 체계적 계획은 이제 원의 재량에 따라 운영되며, 교사는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고 즉각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계획안이 아닌 예상안 작성과 실행 후 기록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상안 작성법 : 계획안에서 예상안으로의 전환
제가 선택한 가장 큰 변화는 사전에 작성하던 계획안에서 예상안으로의 전환입니다. 계획안을 작성한다는 것은 교사가 미리 모든 활동을 정해놓고 아이들을 그 틀에 맞추는 교사 주도 학습이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예상안은 작년 영아들의 놀이 흐름을 반영하거나 최근 영아들이 관심을 보이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성됩니다. 다만, 아무런 계획 없이 진행할 수는 없기에 계절별 또는 1년 동안 있는 특별한 행사는 예상안에 미리 포함시킵니다.
연간예상안의 경우 어떤 원은 생활주제를 모두 넣어 계획을 세우고, 어떤 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계절로만 나누어 연안을 수립합니다. 심지어 연간예상안 자체를 작성하지 않는 원도 있습니다. 이는 교육부에서 원의 재량에 맡긴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연간예상안과 월간예상안만 작성을 하고 주간예상안은 작성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간예상안에는 계절, 특별한 행사만 넣어두고 나머지는 수기로 수정을 하며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예상안이기 때문에 놀이 흐름에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바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예측 불가능하며 순간순간 변화하기 때문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예상안 체제가 놀이중심 교육과정의 취지에 더 부합합니다. 연령이 어리거나 놀이에서 무언가를 뽑아내기 힘들다고 느끼는 교사에게 더 적합한 것이 바로 놀이예상안입니다.
실행 후 기록 : 사후 주안과 일일보육일지의 변화
사후 주안은 많은 교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많은 원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아이들의 놀이가 어떻게 변형되고 확장되었는지를 사진으로 찍어 첨부하고 그 진행 사항을 워드로 작성해서 부모님께 보내는 형식입니다. 이러한 사후 주안을 부모님이나 원장선생님이 받으면 좋아하시겠지만, 이를 작성하는 교사들은 정말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1년을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원에서는 사후 주안을 별도로 보내지 않고 대신 키즈노트 같은 부모님이 접속할 수 있는 곳에 사진을 더 많이 올리고 놀이 상황을 자세히 풀어쓰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영아는 반복적 놀이를 한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사후 주안 작성 대신 월간실행안을 작성하여 부모님께 보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아들의 놀이 관심 기간에 따라 한 달간의 놀이가 될 수도 있고 2주가 될 수도 있으며, 한 달 이상의 놀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 관심에 따라 충분히 놀이를 한 뒤 부모님들에게 다음 놀이 주제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전의 놀이 내용의 진행 사항을 글로 작성하고 사진을 첨부하여 공유합니다.
사후 주안처럼 매주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가 훨씬 여유롭게 실행안을 만들 수 있으며 이런 시간을 아껴 아이들 놀이에 더 집중하고 지원하는 것에 힘쓸 수 있습니다.
일일보육일지도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많은 원에서 사진 첨부와 상세한 서술을 요구하지만, 놀이 지원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교사가 일지에 하루 한두시간을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놀이중심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고 지원하며 확장시키는 것인데, 일지 작성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간단한 일지 형식으로 전환하여 일주일에 한 장, 한 쪽에 간략하게 놀이 관찰 및 지원 내용을 적되 칸이 부족하면 추가로 뽑아서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색깔 천을 뭉쳐 던지기 놀이 → 천으로 공놀이 → 실내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공을 지원하겠음"과 같이 핵심만 기록하고 지원할 부분은 색깔을 표시해서 다음 날 연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쓰니 오히려 관찰이 더 잘 된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놀이 주제가 마무리되었을 때는 보육실행안을 만들어 서류화하고, 놀이 과정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학부모와 공유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는 사전 계획이 아닌 사후 기록이지만, 아이들의 놀이 과정과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교사 체력관리 : 즉각적 지원의 어려움과 현실적 대안
놀이중심 교육과정에서 교사가 가장 힘든 부분은 즉각적인 지원의 필요성과 체력적 부담입니다. 예전에는 몇 주 전부터 계획안을 작성하면서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볼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흥미가 떨어지기 전에 바로 제시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흥미가 있을 때 탁 줘야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자료를 빨리빨리 제공해야 하는데, 시중에 없는 자료인 경우 교사가 직접 만들어야 하므로 빠른 대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놀이가 계속 변형된다는 점입니다. 오후 종일반 선생님이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봐주시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관찰한 놀이를 바탕으로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는데, 다음 날 보면 놀이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가지 놀이 지원을 하기 위해 준비했다면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물론 놀이가 심도 있게 파고들도록 교사가 지원했다면 다음에 제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바로바로 대처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놀이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에도 아이들의 놀이 흐름을 인정해주고 그것을 지지해줘야 합니다. 교사는 계획에도 없던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하고, 몸도 계속 움직이며 지원해야 하며, 아이들 놀이 관찰도 더 집중해서 해야 하므로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교육과정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은 아이들 중심의 교육이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지만, 교사의 현실적 어려움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계획안에서 예상안으로, 사전 기록에서 사후 기록으로의 전환은 아이들의 자발적 놀이를 존중하는 방향이지만, 동시에 교사에게는 더 큰 전문성과 즉각적 판단력, 그리고 체력을 요구합니다. 각 원에서는 교사들이 1년을 건강하게 롱런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서류 양식과 업무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정답은 없지만 아이들과의 대화와 관찰을 통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