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아반 보육 현장에서 계절 식재료인 봄나물을 놀이 주제로 삼아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국가 수준의 표준보육과정에 근거한 것으로 영아의 자발적 관심에서 출발한 놀이가 어떻게 풍부한 교육 경험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봄나물 놀이 주제 선정, 일상 속 관심에서 시작되다
놀이중심 보육 현장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어떤 주제를 선정할 것인가'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주제를 교사 주도로 미리 계획하거나 교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영아가 일상생활 속에서 관심을 보이는 그 모든 것이 놀이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놀이중심 보육의 핵심 철학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례에서 봄나물이라는 주제는 교사가 계획한 것이 아니라 영아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에 나오는 봄나물을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던 영아들이, 교사와 함께 "봄 계절에만 특별히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이고, 우리 몸에도 좋고, 향도 좋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작은 호기심의 불씨가 2주간의 봄나물 놀이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주제 선정의 출발점은 거창한 기획이 아니라 영아의 눈높이에서 포착하는 '관심의 순간'입니다. 교사는 그 순간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봄나물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 알고 싶은 것, 경험한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놀이를 지원합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직접 보고, 맡고, 만지는 1차적 자원과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얻는 2차원적 자료의 차이를 교사가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감을 통한 직접 경험이야말로 영아 교육에서 가장 강력한 학습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가정과의 연계 활동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부모가 이번 놀이 활동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탐구하는지 알고 협력해 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놀이중심 교육 활동은 가정과의 연계, 지역사회 연계가 함께 이루어질 때 더욱 풍부해지기 때문입니다.
통합교육 관점으로 바라본 봄나물 놀이 활동
봄나물을 주제로 한 놀이 활동은 단순하게 탐색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표준보육과정에서 제시된 여러 영역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신체운동·건강 영역에서는 신체활동 즐기기가 주요 활동으로 나타났습니다. 말린 봄나물을 신체 각 부분에 올려놓고 움직여 보거나, 봄나물 사진을 따라서 길을 건너는 게임, 바구니에 가득 들어있는 봄나물을 이용한 밸런스 활동 등을 해보았습니다. 봄나물을 좋아하는 동물은 어떤 동물이 있을까 생각해 보고 그 동물의 흉내를 내며 봄나물 건너기 같은 바깥놀이 활동도 신체운동 영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의사소통 영역에서는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 책과 이야기 즐기기가 포함됩니다. 가정과의 연계 활동으로 집에서 먹어 본 봄나물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봄나물 이름을 들어보고 이야기하는 등 듣기와 말하기 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났습니다. 관심을 가지는 봄나물 이름을 교사가 써주면 끼적여 보며 따라 써보거나 봄나물과 관련된 동화 자료를 감상하는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사회관계 영역에서는 나를 알고 존중하기, 더불어 생활하기가 핵심 내용 범주로 다루어집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봄나물에 대한 투표를 해보고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각각 어떤 나물을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해 보는 것은 가정 연계의 좋은 예입니다. 또한, 실외 활동으로 주변 마트를 둘러보며 우리 동네에는 어떤 봄나물을 팔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지역사회 연계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예술경험 영역에서는 아름다움 찾아보기, 창의적으로 표현하기가 포함됩니다. 봄나물을 자유롭게 붙이고 물감을 칠하며 액자를 만들어보는 활동, 명화를 보고 봄나물 바구니를 다르게 재구성해 보는 미술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미술적 표현은 물론 감상까지 하며 예술경험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활동입니다.
자연탐구 영역에서는 탐구과정 즐기기, 생활 속에서 탐구하기, 자연과 더불어 살기가 연계됩니다. 봄나물 잎의 수를 세어보는 수세기, 봄나물의 키를 비교해 보는 활동, 말린 것과 말리지 않은 나물, 삶은 나물의 변화를 관찰해 보는 것도 포함됩니다.
수학과 과학이 자연탐구 영역 안에 함께 들어 있어, 수학적 탐구와 과학적 탐구가 함께 이루어집니다.
봄나물 활동의 실제 : 표상과 자료 활용의 힘
놀이 활동의 핵심은 '표상'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그림이나 기호롤 표현하고, 그 표상된 결과물을 교사가 수집하여 활동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영아들이 봄나물에 대해 그림으로 표상한 것, 봄나물을 직접 관찰하고 끼적여 본 것, 절구로 찧어보기, 말린 봄나물로 꾸미기 등 다양한 표상 활동이 놀이 전반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또한 1차적 자원과 2차원적 자료의 균형 있는 활용이 중요합니다. 직접 봄나물을 보고, 냄새를 맡고, 만지고, 맛보는 오감 경험이 1차적 자원이라면, 봄나물 사진 카드, 낱말카드, 명화 감상 자료, 악보 자료 등이 2차원적 자료에 해당합니다. 책이나 미디어를 통한 학습은 실제 감각 경험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학습이나 실물 탐색을 통한 1차적 경험이 먼저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이번 만 2세의 봄나물 놀이 활동은 비교적 짧은 2주간의 놀이로 이어졌지만 그 안에서 봄나물의 종류와 생김새 탐색, 봄나물 끼적여 보기, 절구로 찧어보기, 말린 봄나물로 꾸미기 등 다채로운 활동이 자연스럽게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놀이중심 교육과정의 힘입니다. 교사가 억지로 활동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영아의 관심과 탐구 욕구를 따라가다 보면 활동이 스스로 확장되고 깊어집니다.
봄나물과 관련된 놀이 활동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여 전시회 형태로 꾸며 감상하게 하는 것, 돋보기로 봄나물을 관찰하게 하는 것, 봄나물 되어보기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됩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활동하는 사진을 놀이 포트폴리오에 활용하거나 영상을 남겨 어린이집 빔 프로젝터로 재생하여 다른 교실 친구들과 공유를 하는 방식으로 놀이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영아들이 관심을 보이는 모든 재료가 놀이 주제로 활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봄나물이라는 소재 하나에서 출발한 놀이중심 교육 주제가 표준보육과정의 전 영역을 통합하는 풍부한 배움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영아가 점심 식사 시간의 봄나물을 외면하다가 조금씩 먹어보게 되는 과정 자체가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이었으며, 놀이중심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