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을 게시판에 붙이려고 마스킹 테이프를 손에 들고 있었을 뿐인데, 그게 순식간에 놀이가 되었습니다. 마스킹 테이프 하나로 감각 탐색부터 신체 놀이, 미술 활동까지 이어진 2주간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감각 탐색 — 끈적한 질감 하나가 불러온 집중
그날 저는 영아들이 완성한 작품을 게시판에 고정하면서 색깔 마스킹 테이프의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 붙이고 있었습니다. 별다른 의도가 없었는데, 한 영아가 제 손에 들린 테이프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손을 뻗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다섯 번째 손가락 길이만큼 잘라서 건네줬고, 그 아이는 자기 팔뚝에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스킹 테이프는 미술 재료나 정리·정돈 도구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으니까요. 그런데 만 2세 영아에게 이 테이프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붙였다 떼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촉각 자극, 떼어낼 때 나는 소리, 색깔이 다른 여러 줄의 시각적 자극까지 한꺼번에 작동했습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 시기를 감각운동기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감각운동기란 피아제(Piaget)의 인지발달 이론에서 출생 후 약 2세까지를 아우르는 단계로, 영아가 감각과 신체 움직임을 통해 세상을 직접 탐색하며 인지를 구성해 나가는 시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이 나이대 아이들은 '만져보고 떼어보고 소리 들어보는 것' 자체가 학습입니다.
한 명이 테이프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자 옆에 있던 영아가 "선생님, 저도 주세요"라고 했고, 그 뒤로 관심이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만 2세는 구강기(Oral Stage)가 이미 지난 시점이라 입에 넣을 가능성이 낮지만, 저는 그래도 놀이 시작 전에 아이들과 "테이프는 손이랑 팔에 붙이는 거야"라고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정도의 언어적 약속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제4차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에 따르면, 만 2세 영아의 탐구 영역은 '감각으로 탐색하기'를 핵심 경험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영아 스스로 다양한 재료를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보육 목표와 일치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그날 한 일이라고는 테이프를 잘라서 건네준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놀이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 촉각 자극: 붙였다 떼는 반복 동작으로 손끝과 팔뚝의 피부 감각 발달
- 청각 자극: 테이프를 뜯을 때 나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집중
- 시각 자극: 색깔과 모양이 다른 테이프를 보며 변별력 형성
- 사회적 자극: 또래 행동을 보고 관심을 이어받는 모방 학습 발생
신체 놀이·미술 활동으로의 확장 — 테이프 한 롤이 교실을 바꿨습니다
다음 날, 저는 교실 바닥에 다양한 색과 모양의 마스킹 테이프를 여러 줄 붙여 두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체 놀이는 넓은 공간이나 별도의 교구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날 그게 꼭 필요하지 않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영아들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붙은 테이프를 발견하고는 앉아서 떼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손가락에 힘을 주고 테이프 끝을 잡아 천천히 뜯어내는 그 집중력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테이프가 몇 장 남지 않게 되자, 영아들은 남은 테이프 위를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대근육 운동 발달(Gross Motor Development)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순간이었습니다. 대근육 운동 발달이란 팔다리와 몸통의 큰 근육을 사용하는 이동·균형·점프 같은 동작의 발달을 뜻하며, 만 2세는 두 발 모아 제자리 뛰기와 방향 전환 달리기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그재그 모양, 동그란 원형, 기다란 직선으로 테이프를 다시 붙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영아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틀었더니, 박자에 맞춰 줄 위를 걷거나 원 안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났습니다. 교사가 "이렇게 해봐"라고 지시한 게 아니라, 음악과 테이프 모양이 스스로 행동을 유도한 셈이었습니다.
출처: 누리과정 포털의 영아보육과정 해설에서도 만 2세의 신체 활동은 교사 주도보다 환경 구성을 통한 자발적 참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원칙은 정말 맞습니다. 아이들이 원해서 움직일 때와 시켜서 움직일 때의 몰입도는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에는 마스킹 테이프 줄 위에 동물 인형을 올려두거나, 테이프 선을 자동차 도로 삼아 장난감을 밀며 역할 놀이(Role Play)를 하는 영아들이 생겨났습니다. 역할 놀이란 실제 생활이나 상상 속 장면을 모방하는 상징적 놀이를 말하며, 언어 발달과 사회성 형성에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미술 재료로 마스킹 테이프를 추가로 제공했을 때는 종이에 붙여 패턴을 만들거나 여러 색을 겹쳐 붙이는 아이도 나타났습니다. 처음엔 테이프 하나로 이렇게까지 확장이 될 거라고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아들이 스스로 놀이의 범위를 넓혀 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스킹 테이프 놀이, 만 2세 영아에게 안전한가요?
A. 일반적으로 테이프류는 입에 넣을 위험이 있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만 2세는 구강기를 이미 지난 시점이라 입에 넣는 행동이 현저히 줄어들어 있습니다. 저는 놀이 시작 전에 "테이프는 팔이나 종이에 붙이는 거야"라고 짧게 약속을 나눴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놀이 중 지속적인 관찰은 기본입니다.
Q. 마스킹 테이프 바닥 놀이, 교실 바닥이 손상되지 않나요?
A. 마스킹 테이프는 점착력이 일반 테이프보다 낮고 종이 재질이라 바닥재에 자국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교실 바닥에 붙이고 떼어봤는데, 점착제 잔여물 없이 깔끔하게 제거되었습니다. 단, 바닥재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작은 면적에 먼저 테스트해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Q. 마스킹 테이프 놀이를 며칠 동안 이어가도 되나요?
A. 영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한 이어가도 됩니다. 저의 경우 첫날 자발적 탐색이 시작된 후 다음 날 미술 재료에 추가로 제공했고, 이틀째에도 대부분의 영아가 마스킹 테이프를 먼저 찾았습니다. 관심이 이어지면 오히려 테이프의 형태나 사용 맥락을 달리해서 확장해 주는 것이 발달 지원 측면에서 효과적이었습니다.
Q. 신체 놀이로 확장할 때 교사가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게 있나요?
A.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그재그, 원형, 직선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동요를 틀어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신체 활동의 방향은 영아들이 스스로 정했고, 교사는 낙상 위험이 없는지 공간을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환경 구성에 10분, 실제 활동은 영아 주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갔습니다.
결론
마스킹 테이프 하나로 이렇게 많은 것이 가능할 거라고, 처음엔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감각 탐색에서 시작해서 신체 놀이, 역할 놀이, 미술 활동까지 닿았고, 그 과정에서 교사가 직접 가르친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영아들이 탐색한 것을 바탕으로 재료를 추가하거나 공간을 바꿔주는 것만으로 놀이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주변에 마스킹 테이프가 있다면, 지금 당장 영아 앞에서 한 번 써보시기를 권합니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영아가 어떻게 쓰는지를 먼저 관찰해 보세요. 그 관찰이 다음 놀이 지원의 출발점이 됩니다. 제가 경험으로 배운 것도 결국 그 한 가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