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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막대 놀이 (놀이확장, 영아보육, 놀이중심)

by woawoawoa2 202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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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캔바

 

 

교사가 미리 주제를 정해두지 않으면 수업이 엉망이 될 것 같다는 불안, 저도 오래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미술 재료로 놓아둔 나무 막대 하나에 달려들더니 교사가 계획하지 않은 방향으로 시간을 훌쩍 보냈습니다. 그날 이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교사가 주제를 정해야 한다는 믿음, 정말 맞을까

일반적으로 보육 현장에서는 교사가 월간 또는 주간 계획안을 먼저 세우고, 그 주제에 맞는 놀이를 구성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게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운영해보니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술 영역에 나무 막대를 비치해 두었는데, 만 2세 영아들이 그것을 물감으로 색칠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멈추게 되었습니다. 이게 그냥 지나가는 흥미일까, 아니면 더 이어질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냥 넘겼다면 끝났을 텐데,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색칠을 마친 막대에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고, 한 아이는 그걸 들고 역할 놀이 영역으로 걸어갔습니다. 소꿉놀이에서 "젓가락"이라고 부르더니 접시에 올려놓았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바닥에 막대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에 몇 명이 모여 함께 리듬을 맞추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놀이 확장의 실제 모습이었습니다. 놀이 확장이란 하나의 놀이 재료나 행동이 다른 영역이나 맥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2019년 개정 누리과정과 표준보육과정이 영아·유아 중심, 놀이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영아가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교육 내용이 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보육의 철학이 이동한 것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나무 막대 하나로 어떻게 놀이가 펼쳐졌나

제가 경험한 놀이 흐름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미술 영역: 나무 막대에 물감으로 색칠하고 스티커를 붙여 꾸밈
  • 역할 놀이 영역: 채색한 막대를 젓가락, 요리 도구로 활용
  • 신체 놀이 영역: 바닥이나 상자를 두드리며 타악기처럼 연주
  • 탐색 놀이: 물통에 막대를 넣고 뜨는지 가라앉는지 살펴봄

이 과정에서 제가 한 일은 사실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막대를 물통에 넣으려 할 때 막지 않고 지켜봤고, 두드리는 소리에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같이 탔습니다. 그게 전부였는데, 아이들의 놀이가 40분 넘게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반응적 상호작용(responsive interaction)입니다. 반응적 상호작용이란 교사가 먼저 지시하거나 이끌기보다, 영아의 행동과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놀이를 함께 이어가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것이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강력한지 몰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아 놀이에서 중요한 또 다른 개념은 개방형 놀이 재료(open-ended materials)입니다. 개방형 놀이 재료란 정해진 용도 없이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말합니다. 나무 막대는 그 자체로 완벽한 개방형 재료였습니다. 색칠해도 되고, 두드려도 되고, 물에 넣어도 되고, 밥상에 올려도 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재료라는 점에서 블록이나 천 조각과 같은 계열입니다.

한국보육진흥원의 보육 과정 운영 지침에서도 영아의 자발적 탐색과 놀이 참여를 지원하는 환경 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보육진흥원).

 

교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지원했나

놀이 주제를 '나무 막대'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만 2세 영아는 탐색 욕구가 강한 반면 자기 조절이 아직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막대를 친구 얼굴이나 몸 쪽으로 휘두르지 않도록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란 감정과 행동을 상황에 맞게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 시기에는 교사의 일관된 안내가 그 발달을 돕는 중요한 지원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나무 소재의 다양한 재료를 교실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생태교육 재료에서 흔히 쓰는 다양한 형태의 나뭇가지, 나무 블록, 나무로 만든 소꿉 놀잇감, 원목 소품 등을 각 교구장에 두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아이들이 제 예상보다 훨씬 오래 그것들을 탐색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교사가 완성된 결과물을 먼저 만들어 보여주는 것보다, 재료만 충분히 놓아두고 기다리는 것이 훨씬 풍부한 놀이를 이끌어냈습니다.

제가 직접 해보면서 깨달은 것은, 놀이 지원에서 관찰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안전을 살피다 보면 정작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어느 순간에 흥미를 잃는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한 아이 곁에 조금 더 가까이 앉아 그 아이의 행동 흐름을 따라가려 했습니다. 그 순간에야 비로소 '아, 이 아이는 지금 막대를 세우고 싶구나' 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어떻게 하면 쓰러지지 않을까?" 한마디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나무 블록이 추가되면서 역할 놀이 공간에서는 막대와 블록을 섞어 구조물을 만드는 구성 놀이(constructive play)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구성 놀이란 재료를 조합하고 배열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놀이 형태로, 영아기에 공간 인식과 소근육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별것 아닌 나무 막대 하나가 미술, 역할 놀이, 신체, 탐색, 구성 놀이까지 다섯 개 영역을 넘나든 것입니다. 계획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만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놀이중심 보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은 먼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그 순간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 순간을 잡았을 때 교사가 할 일은 환경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저는 그 단순한 원칙 하나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나무 막대 하나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혹시 지금 어떤 놀이 재료를 고민 중이시라면, 아이들이 이미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먼저 한번 바라봐 주십시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JHFqgZ0y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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