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아가 노란 버스를 처음 본 순간 눈이 동그래지더니, 그날부터 자동차 이야기가 멈추질 않았습니다. 저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서 교통기관 놀이로 이어간 것이 이 글의 시작입니다. 아이의 관심이 불꽃처럼 일어날 때 어떻게 놀이로 확장할 수 있는지, 스텐실부터 물놀이 퍼포먼스까지 실제 운영 흐름을 공유합니다.
관심 포착: 노란 버스 한 대가 불러온 언어 폭발
저희 어린이집은 직장어린이집이라 별도 차량 운행이 없습니다. 평소 부모님 차에만 타던 아이들이 견학을 위해 대절한 큰 노란 버스를 처음 봤을 때 반응이 달랐습니다. 눈이 커지더니 "버스다!"를 연발했고, 가는 내내 버스 동요를 함께 부르며 신이 났습니다. 제가 그 분위기를 그냥 지나쳤다면 여기서 끝났겠지만, 그 반응이 놀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그 이후 바깥 놀이터로 나가는 길에도 자동차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버스에서 시작했지만 트럭, 기중기, 지게차까지 어휘가 스스로 뻗어 나갔습니다. 이것이 영아 보육과정에서 말하는 언어 발달의 확장, 즉 사물 명칭 습득에서 범주 확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버스"라는 단어 하나를 알던 아이가 교통기관이라는 큰 틀 안에서 여러 이름을 스스로 늘려가는 단계입니다.
놀이중심 보육과정이란 교사가 정해진 활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아의 자발적 흥미에서 출발해 환경과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교사의 역할은 바로 흥미 포착의 타이밍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자동차 장난감을 반복해서 꺼내드는 모습을 보고 교실에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 장난감을 추가 제시했고, 그것이 교통기관 놀이 전체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 노란 버스 탑승 경험 → 버스 동요 부르기 → 차종 어휘 확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
- 아이의 자발적 관심이 나타난 즉시 관련 교구(자동차 장난감)를 추가 제시
- 교사가 흥미를 포착하는 순간이 놀이 확장의 결정적 분기점
스텐실 미술: 영아 수준에 맞게 단순하게 준비하기
스텐실 기법은 미리 모양을 오려낸 틀 위에 물감을 찍어 패턴을 만드는 미술 활동입니다. 단순히 "예쁘게 만들기"가 아니라, 틀을 누르고 스펀지를 두드리는 과정에서 소근육 발달과 눈-손 협응 능력이 함께 자극된다는 점에서 영아 미술 활동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눈-손 협응이란 눈으로 보면서 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이후 쓰기·자르기 같은 도구 사용 능력의 기초가 됩니다.
도안은 배, 비행기, 기차 세 가지로 준비합니다. 두꺼운 도화지에 도안을 올리고 칼로 오려내면 스텐실 틀이 완성됩니다. 이 과정은 교사가 미리 작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영아반에서는 칼 작업 자체를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어렵고, 오히려 완성된 틀을 직접 눌러보고 스펀지로 두드리는 찍기 과정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발달 수준에 적합합니다.
제가 직접 운영해 보니 한 가지 팁이 있습니다. 틀이 움직이지 않도록 교사가 옆에서 살짝 잡아주거나, 뒷면에 테이프를 붙여두면 영아 혼자서도 훨씬 수월하게 찍을 수 있습니다. 한 면이 마르는 동안 다른 도안을 찍도록 순서를 유도하면 기다리는 지루함도 줄어들고 집중력도 오래 유지됩니다. 출처: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과정에서도 만 2세 이하 영아의 미술 활동은 결과보다 과정 중심의 감각 탐색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확장: 견학 후 교실로 돌아온 교통기관 역할놀이
저는 아이들의 관심이 이 정도로 이어지자 예정에 없던 어린이교통안전교육장 견학을 추가로 추진했습니다. 이미 계획된 견학지가 있었지만, 놀이중심 보육과정의 핵심은 아이가 원하는 방향을 교사가 유연하게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맞았습니다.
견학 이후 교실 놀이가 훨씬 풍부해졌습니다. 퍼포먼스 활동으로는 우유갑을 반으로 잘라 배 모형을 만들고, 물을 채운 수조에 직접 띄워보는 물놀이를 진행했습니다. 우유갑 입구를 스테이플러로 막아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고, 빨대에 붓을 끼워 돛처럼 꽂아주면 완성입니다. 제가 이 활동을 해보니 영아들이 직접 만든 배를 손으로 밀어 움직이는 과정에서 인과관계 인식, 쉽게 말해 "내가 밀면 배가 간다"는 원인-결과 개념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역할놀이 확장도 두드러졌습니다. 전선 테이프로 바닥에 도로를 만들고 빅블럭으로 터널을 세우자, 아이들은 경찰관, 운전자, 주차 안내원 역할을 자발적으로 나눠 맡았습니다. 운전면허 기능 시험을 모방한 출발-도착 코스를 만들어 면허증을 건네주는 역할도 따로 생기는 등 놀이가 스스로 복잡해졌습니다. 출처: 누리과정 포털에서도 영아기의 역할놀이는 상징적 사고 발달을 촉진하는 핵심 놀이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상징적 사고란 실물 대신 다른 물체나 행동으로 특정 상황을 표현하는 능력으로, 이후 언어와 상상력 발달의 기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세차 놀이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평소 타고 다니던 타요 버스 장난감에 스펀지와 유아용 핸드워시를 이용해 직접 세차하게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거품을 만지는 촉각 자극을 즐기면서도 "씻긴다"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 우유갑 배 만들기 → 수조 물놀이: 소근육 조작 + 인과관계 인식
- 도로·터널 구성 → 경찰·운전자 역할놀이: 상징적 사고 + 사회적 상호작용
- 타요 버스 세차 놀이: 촉각 탐색 + 목적 있는 행동 완성 경험
교통기관 놀이를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계획이 아니라 관찰이 먼저라는 점입니다. 노란 버스를 보고 눈이 빛나던 그 순간을 교사가 그냥 지나쳤다면 스텐실도, 배 만들기도, 역할놀이도 시작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영아의 흥미는 짧고 빠르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제때 잡아채면 이렇게 오래, 다양하게 이어집니다.
아직 교통기관 놀이를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거창한 환경 구성보다 지금 아이가 무엇을 반복해서 만지고 이야기하는지 먼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그 반복 속에 다음 놀이의 실마리가 있습니다.